케이티-삼성, 대구 — 1위가 바뀐 밤
8월 29일 토요일 밤, 대구에서 1위가 바뀌었습니다.
삼성이 KT를 4대 2로 이겼습니다. 페덱이 승리투수, KT 로건이 패전입니다. 그리고 이 한 경기로 순위표 맨 위가 뒤집혔습니다.
숫자를 보시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습니다. 29일 경기 전까지 KT가 66승 42패 3무 승률 0.611로 1위, 삼성이 67승 44패 3무 승률 0.604로 2위였습니다. 승수는 삼성이 하나 많은데 승률에서 밀려 2위였습니다.
29일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삼성이 68승 44패 3무 승률 0.607, KT가 66승 43패 3무 승률 0.606입니다. 삼성이 1위입니다.
차이가 0.001입니다. 소수점 셋째 자리 하나로 1위가 갈렸습니다.
그리고 8월 30일 일요일 저녁 6시, 같은 대구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납니다. 이번 3연전은 28일 금요일 경기가 우천 취소돼서 실질적으로 두 경기짜리 시리즈가 됐고, 그 첫 판을 삼성이 가져갔습니다. 30일 경기가 마지막입니다.
즉 이 한 경기로 1위가 또 바뀔 수 있습니다. KT가 이기면 다시 0.611 대 0.601로 KT가 올라가고, 삼성이 이기면 0.610 대 0.600 근처로 격차가 벌어집니다. 8월 말에 한 경기로 정규시즌 1위 구도가 두 번 뒤집히는 상황입니다.
선발을 보겠습니다. 그런데 1위와 2위가 만나는 경기인데 양쪽 다 확실한 카드가 아닙니다.
KT는 오원석입니다. 2001년생 좌완. 18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6.25, 86과 3분의 1이닝. 이닝당 출루 허용 1.55, 피안타 105개, 볼넷 29개, 삼진 84개.
6점대입니다. 원래 28일 금요일에 등판할 예정이었는데 그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30일로 밀렸습니다. 이틀을 더 쉬고 나오는 셈입니다.
구종은 직구 51퍼센트에 142킬로, 체인지업 29퍼센트 130킬로, 커브 10퍼센트 116킬로. 직구를 절반 넘게 던지고 구속은 142. 압도하는 구위는 아닙니다.
다만 삼성 상대 기록은 시즌 성적보다 낫습니다. 2경기 11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3.97, 삼진 12개에 볼넷 2개. 이 매치업에서 무너진 투수는 아닙니다.
삼성은 보스입니다. 1992년생 우완. 5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26, 23이닝. 이쪽도 6점대입니다.
그런데 세부 지표가 특이합니다. 23이닝에 삼진 31개, 볼넷 6개. 9이닝당 삼진 열두 개, 볼넷 2.3개입니다. 이 비율만 보면 리그 최상위권 투수의 숫자입니다.
그런데 평균자책점이 6.26입니다. 이유는 피안타에 있습니다. 23이닝에 안타 34개. 이닝당 한 개 반입니다. 삼진을 잡고 볼넷을 안 주는데 맞아나갑니다.
구종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스위퍼 29퍼센트에 127킬로, 커터 23퍼센트 140킬로, 커브 15퍼센트 120킬로. 목록에 직구가 주력으로 없습니다. 변화구로 승부하는 유형이고, 그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예상대로 움직이면 배트에 맞습니다.
5경기 23이닝은 표본이 작습니다. 시즌 후반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로 보입니다. 삼성 상대 전적은 없고, KT 상대 기록도 없습니다. 처음 만납니다.
정리하면 두 선발 다 6점대 평균자책점이고, 두 팀 다 로테이션 앞자리를 29일에 썼습니다. 삼성은 페덱, KT는 로건이 29일에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30일 경기는 5회 이후 불펜 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불펜 조건을 보겠습니다. 삼성 팀 평균자책점 4.20, KT 4.35. 거의 같습니다. 다만 두 팀의 최근 소모가 다릅니다.
KT는 27일 목요일 두산과 11회 연장 경기를 치렀습니다. 5대 4로 이겼고, 그 전날에도 5대 4였습니다. 28일 금요일에 비로 하루를 쉬었지만, 이틀 연속 한 점 차를 지킨 불펜이 하루 만에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삼성은 27일에 키움을 15대 2로 이겼습니다. 6회쯤 승부가 끝나는 경기라 필승조를 아꼈습니다. 그리고 28일 휴식, 29일에 4대 2로 이겼습니다. 4대 2는 접전이니 29일에는 뒷문을 썼을 겁니다.
시즌 상대전적을 보겠습니다. 올해 두 팀은 열두 번 만나서 삼성이 9승 3패로 앞섰습니다. 1위 다툼을 하는 두 팀인데 맞대결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습니다. 여기에 29일 승리를 더하면 삼성이 이 매치업에서 사실상 지배하고 있습니다.
팀 지표는 붙습니다. 팀 타율 삼성 0.280, KT 0.278. 차이는 홈런입니다. 삼성 109개, KT 84개. 스물다섯 개 차이입니다. 그리고 대구는 홈런이 나오는 구장입니다. KT는 홈런이 리그에서 가장 적은 쪽인데 홈런 나오는 구장에서 원정 경기를 합니다.
타선에서 이름을 짚겠습니다. 삼성 김성윤이 타율 0.312에 3홈런 42타점입니다. 홈런은 세 개인데 타율이 3할 1푼. 앞에서 계속 나가는 유형입니다. KT는 김상수가 타율 0.287에 1홈런 31타점. 두 팀 모두 홈런보다 출루로 판을 만드는 타자들이 상위 타선에 있습니다.
29일 밤 리그 전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정리하겠습니다. 이 두 팀 아래도 같이 흔들렸습니다.
KIA가 광주에서 SSG를 2대 1로 이겼습니다. 10회 연장까지 갔습니다. 그 승리로 KIA가 63승 50패 2무 승률 0.558로 3위를 유지했고, 4위 LG가 한 경기 차 안에 붙어 있습니다. 두산은 잠실에서 키움을 7대 2로 이겨 60승 52패 4무 승률 0.536으로 5위입니다. NC는 대전에서 한화를 11대 4로 잡았습니다.
즉 29일에 상위 다섯 팀 중 네 팀이 이겼습니다. 순위표가 위에서부터 조금씩 밀렸고, 그 결과 1위와 2위만 자리를 바꿨습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28일 금요일 다섯 경기가 전부 우천 취소됐습니다. 그 경기들은 9월이나 10월로 밀립니다. 정규시즌은 10월 초에 끝나니까 시즌 막판에 밀린 경기가 몰립니다. 순위 싸움하는 팀들이 휴식일 없이 연전을 치르게 된다는 뜻이고, 그때 불펜 상태가 순위를 정합니다.
KT에게 이건 특히 무겁습니다. 삼성보다 세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팀이 시즌 막판에 밀린 경기까지 소화해야 합니다. 승률로 순위를 정하는 리그에서 경기 수가 많다는 건 뒤집을 기회가 많다는 뜻이면서, 9월 말에 체력을 더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번 대구 3연전은 28일 취소로 두 경기짜리가 됐습니다. 원래 세 판을 놓고 벌일 승부가 두 판으로 줄었고, 그 첫 판을 삼성이 가져갔습니다. KT는 남은 한 경기로 1위를 되찾아야 합니다.
제 예측은 삼성입니다. 홈이고, 상대전적에서 9승 3패로 압도하고, 구장이 자기 타선에 맞고, 무엇보다 1위를 막 되찾은 팀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예상 스코어는 5대 3.
다만 확신하지는 않겠습니다. 두 선발 다 6점대이고 보스는 23이닝짜리 표본입니다. 이런 경기는 초반 세 이닝에 다섯 점이 날 수도 있고, 양쪽이 4회까지 0대 0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KT는 27일에 이틀 연속 5대 4를 만든 팀입니다. 접전에서 어떻게 이기는지 아는 팀입니다.
보실 장면은 보스의 첫 두 이닝입니다. 23이닝에 안타 34개를 맞은 투수가, 팀 타율 0.278짜리 타선을 상대로 초반을 어떻게 넘기는지. 여기서 삼진이 나오면 이 투수의 9이닝당 삼진 열두 개가 진짜라는 뜻이고, 안타가 세 개 이상 나오면 평균자책점 6.26이 진짜라는 뜻입니다. 1위 자리가 그 두 이닝에 달려 있습니다.